느좋 독립서점, ‘누군가의 책방’

경주 서악동 옹기종기 차분한 마을, ‘누군가의 책방’이 있다.

예사롭지 않은 네이밍 센스.
‘누군가’가 운영하는 책방일 수도, ‘누군가’를 위한 혹은 ‘누군가’ 다녀간 책방일 수도.
방문 전부터 상상력을 자극한 이곳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호두’에 대한 안내 글이 나온다.
설명과 마찬가지로 처음 낯선 이가 들어서면 ‘호두’는 ‘왕왕’ 두어 번 짖는다.
그리고 이내 엎드려 제 볼 일을 본다.
이곳의 마스코트인 ‘호두’에게 분명 알바비 지급이 따로 있을 걸로 예상된다.

공간은 아담하며 책은 정갈하게, 디테일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책이 많지는 않지만 모두 하나의 결을 따르고 있는 느낌.
제목을 차근차근 읽어가다 보면 ‘누군가’의 정성 어린 큐레이션이 느껴진다.
평소 취향이 아닌 책들도 목차를 읽어보고 몇 문장 읽어보게 된다.
책이 많아 카테고리별로 나누어져 있었다면
아마 ‘자기개발’ 섹션으로 직행하지 않았을까.

커피나 티를 고르면 가져다 주신다. 따뜻한 카모마일 티가 좋았다.
테이블 한 켠 정성껏 포장된 ‘블라인드 북’이 있다.
쪽지에는 책 속 하나의 문장이 소개되어 있다.
이 하나의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면, 지은이도 제목도 모른 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함께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누군가의 책’.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닌데 ‘퇴사 후, 치앙마이’를 골랐다.
무엇으로부터 ‘그 동안 즐거웠어, 다신 보지 말자.’ 홀연히 떠나는 상상은
누구나 해보게 되는 것이니까.
천천히 흘러가는 요가의 성지에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요가를 하는 장면에서
‘나도 요가를 배워볼까.’
든든히 먹은 아침 식사 가격이 2,500원이라는 얘기에
‘어머, 당장 일주일 빼서 가야 하는 거 아냐?’

누군가의 경험과 생각을 30초 영상이 아닌
한 글자 한 문장을 더해가며 공유하는 일이 이제는 낯설게도 느껴지는.
난독증이 생긴 것 같다며 책을 멀리하던 스스로에게
‘난독증 아니네?’ 하며 피식.

교보문고에서, 별마당에서, 이터널저니에서
느끼지 못했던 ‘오롯이 집중하는 나’를 발견.
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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