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여행] 장욱진 전시 보러 갔다가 강릉시립미술관 솔올sorol에 푹 빠져버린.

강릉여행의 첫 방문지이자 원픽이었던 강릉시립미술관 솔올.
‘시립’이란 단어를 과소 평가했던 나 자신.

현대건축 거장 리차드 마이어Richard Meier의 마이어 파트너스Meier Partners 설계이다.
리차드 마이어가 직접 현장에 왔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이어 파트너스의 누군가는 강릉 교동을 정감어린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
어느 스팟에서 봐도 마을이 그림처럼 눈에 담겨진다.
화창한 날씨 덕분에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한 그 혹은 그들의 스킬을 마음껏 음미할 수 있었던.

장욱진의 대화 : 서로가 된 풍경

2026년 4월 1일 ~ 7월 5일
성인 10,000 / 청소년 7,000 / 어린이 5,000
https://www.gn.go.kr/mu/index.do

작은 집, 나무, 가족, 소, 시골 길.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담아내는 장욱진의 구성과 색감.
그리고 화려한 도시가 아닌 소박한 강릉 교동을 작품처럼 담아낸 리차드 마이어.
두 실력자들의 콜라보.

케데헌KPop Demon Hunters 덕분에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는데
일월 모티브의 활용 솜씨는 장욱진 작가도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
해와 달의 좌우 배치만으로도 이 고즈넉한 풍경은
나의 눈에 담긴 동네의 일상, 어제와 다름없이 천천히 흘러가는 오늘이라는 느낌을 준다.

마을의 구성원은 호랑이, 까치, 강아지, 닭 등 전래동화에 나오는 친숙한 동물들.
어찌보면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구성에 역동성을 채워주는 건 색감.
직관적이면서도 따뜻한 표현이 그의 눈에 들어와서 정감어린 필터를 거친 결과물 같다.​

1917년생 작가의 디자인 감각은
2026년 굿즈로 표현되어도 힙Hip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탁월하다.

리차드 마이어와 장욱진이 만난 공간.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만든 빛과 그림자와
장욱진의 그림이 담긴 도자기들의 조우.
사진으로 이 공간의 힘을 담아보려 몇 장 찍어보다가 이내 포기.
불가능한 일이다.

천진난만한 장욱진의 표현과 거친 질감의 분청은
조선 전기 본래 분청에 그려졌던 빗살무늬, 물고기 만큼이나 잘 어울린다.
의도 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손길이 닿은 도자기들의 형태도
유려하다기 보다 소박하고 동글동글, 순박한 그의 그림과 닮았다.

부쳐와 돼지
한번도 동시에 떠올려 본 적 없는 두 단어.
납득이 되면서도 ‘부처님과 돼지는 결국 한끗 차이인가.’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몇 번의 손놀림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그 자리에 머물게 하는 힘.
전시의 제목처럼.
장욱진의 대화 : 서로가 된 풍경
Chang Ucchin : A Life in Dialogue

전시는 1층에서 2층까지 되어있는데
오가는 중간 중간 마이어의 꼬임에 빠져 바깥 풍경을 감상하게 된다.

역시 5월 오후의 화창한 날씨는
쾌적한 실내에서 바라보는 게 최고.

1층에 카페와 작은 굿즈샵이 있다.
카페에서 느긋하게 전시를 곱씹고 여운을 느끼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

미술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처마에 어른어른 거리는 무언가를 보게 된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얕은 물이 건물을 돌며 감싸고 있다.
와.
1층 바닥에 있는 물을 이용해 태양의 빛이 2층 처마를 간지럽히게 한다고?
역시.
외부와 내부 상호작용의 대가답다.
찾아보니 미러 폰드Mirror Pond 혹은 반사 연못Reflecting Pool 이라고.​

문득 이런 생각이.
‘혹시 비 오는 날에 다시 오면,
흐린 날 버전 그의 어떤 계획이 숨어있고
나는 그것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렇게 강릉에 또 올 이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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