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둘과 강릉여행.

곧 군대 갈 아들을 데리고, 군대 간 아들을 보러 가다.

작년 7월 입대한 아들이 강릉에 자대 배치를 받았다.
올 7월 입대할 아들과 아침 7시 출발해 10시가 넘어 강릉 시내에 도착.
왠지 전보다 야위어 보이는 아들을 태우고 식당으로 차를 돌린다.

전날 찾아둔 이탈리안 식당, 헝그리캣츠 with 벨르보.
일단 고기를 먹이고 싶었고, 군대에서는 잘 먹어보지 못할 특식 같은 메뉴.
주말에만 외박이 가능해서 토요일 강릉 시내 맛집은 웨이팅이 있을 것 같은 불안감에
관광객들은 찾지 않을 것 같은 외곽 식당을 골랐다.

카치아토레 치킨&파스타.
토마토 소스에 닭 한마리를 넣고 뭉근하게 끓였다고.
잘 먹는 아들 모습을 보니 그제야 한시름 놓아진다.

강릉시립미술관 솔올, 장욱진의 대화 : 서로가 된 풍경
이건 순전히 나를 위한 스케줄.
솔올에서 장욱진 전시가 있다 해서 가보고 싶었다.
쾌적한 실내에서 한 시간 정도 있는 거 나쁘지 않잖아, 속으로 되뇌이며.
다행히 열심히 작품 감상 중인 아들들. 뿌듯한 마음에 도촬.

전시와 미술관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강릉에 이렇게 근사한 곳이 있었다니,
미술관을 바라보는 교동 아파트 주민들이 부러울 정도.

강릉초당 두부 티라미수.
숙소 입실 시간까지 아직 남아서 초당 카페거리에 있는 두부 티라미수 집에 갔다.
고소한 콩가루 맛이 나는 묵직한 두부 크림 라떼가 들어가니, 여행 온 느낌이 난다.
집에서 두부와 그릭요거트로 티라미수를 만든 적이 있어서 무척 기대를 했는데
관광지라 그런지 두부의 느낌은 좀처럼 찾아내기 힘들었던.

신라모노그램 강릉, 디럭스 벙커룸.
숙소에 와서 푸른 바다를 보니, 바로 이거지.
여행 전 가장 신경을 썼던 숙소.
1인 1베드로 찾았고, 바다뷰를 원했으며 수건, 침대 등 모든 것이 쾌적하길 바랬다.
신라모노그램에 벙커 2층 침대 룸이 있어서 주저 없이 선택.

카페 투어도 시큰둥하고 소품샵 구경도 원치 않는 아들들에게 딱 맞는 베이스 캠프.
이제 5성급 매트리스에 누워 저녁 뭐 먹일지 찾기만 하면 된다.

안목해변.
숙소에서 안목해변까지 걸어서 30분.
햇볕이 설핏한 6시쯤 “슬슬 걸어 가볼까.” 했는데
한 잠 자고 일어난 아들들은 배가 고파 아우성이다. “그래, 택시 타.”

구황작물빵으로 유명한 정남미명과 앞에서 택시를 세웠다.
“유명한 집이야. 하나씩 골라봐.”
모퉁이만 돌면 저녁 먹을 횟집이다.

해성횟집.
모둠회는 늘 한 상 가득 나오니, 뭐라도 입맛에 맞겠지.
조개류는 싫다는 녀석에게 “그래, 넌 회 먹어.”
튀김은 느끼해서 싫다는 녀석에게는 “그래, 굳이 다 먹을 필요 없어.”
우리의 식사는 동창 모임 옆 테이블과는 달리 시끌벅적하지 않다.
이건 관광과 면회의 중간쯤이니까.

송정해변 소나무 숲길.
식사를 끝내고 나오니 안목해변은 반짝반짝, 카페는 아직도 바쁘다.
배도 부르고 바람도 시원하니 “좀 걷자, 얘들아.”
그렇게 두 아들과 송정 소나무 숲길을 드디어 걷는다.
삼성 헬스 만 보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고 내세웠지만,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주로 혼자 걷고,
이렇게 두 아들과 걸어보는 건 오랜만이다.

강릉맥주.
강릉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지만 강릉맥주, 강릉소주를 몰랐다는 우리 아들.
초당 순두부도 오늘 처음 들어봤다고.
알게 돼서 좋았다는 건지, 아닌 건지 더 듣진 못했지만
엄마는 좋았다는 걸로 해석하고 강릉맥주를 비운다.
5성급 샤워기에서 나오는 쾌적한 물줄기로 오늘 하루 마무리.

6:00 am.
뽀송한 침구에서 꿀잠을 잤는데도 6시에 눈이 떠졌다.
그래도 어제는 수면 점수가 49점이었는데, 오늘은 67점 보통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언가를 한껏 즐기지도, 기뻐하지도 못하고
좋은 일에도 반절은 걱정과 조바심이 들어서는 이유는 무얼까.
정신 회복이 56% 밖에 안된다는 삼성 헬스 진단에 피식 웃음이.

테라로사 강릉 신라모노그램점.
호기심이 많은 엄마는 일찌감치 짐 정리를 해두고 호텔 탐방에 나선다.
오, 여기가 수영장, 이쪽이 레지던스군. 테라로사가 여기 있다던데.
9시 오픈런으로 테라로사에서 강릉 크림 라떼를 받아 들었다.
강릉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라니 먹어봐야지.
고소하고 묵직한 크림 사이로 메밀향이 톡톡 치고 나온다.

호텔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니,
아들들은 어젯밤과 복붙 자세로 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 실컷 하렴.
위, 아래 눈치 볼 것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게 진정한 힐링이지.

영동 막국수.
춘천에서 유년기를 보낸 나는 막국수에 꽤나 까다롭다.
닭갈비에 꽤나 까다로운 것과 같은 이유다.
오랜 시간 자주 많이 먹어봤으니까.
강원도까지 왔으니 섬섬한 막국수를 먹고 가야겠다는 일념에
주변 막국수집 리뷰를 샅샅이 살폈다.

오션뷰 막국수집은 믿음직스럽지가 않고, 수요미식회에 나왔다는 막국수집은 너무 멀다.
고르고 골라 간 집은 아쉽게도 내가 생각한 섬섬한 막국수가 아니었다.
툭툭 끊기는 거칠고 구수한 메밀면과 슴한 육수, 감칠맛의 다대기 조합이 내가 생각한 그것이었는데.
시대가 변해서 그런가, 일단 육수가 너무 많고 밀면 육수처럼 온갖 맛의 향연.

순두부 젤라또 2호점.
막국수의 아쉬움을 달래려면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오, 유명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두부의 맛이 은은하게 난다.
아이스크림 보다 쫀득한 식감이 젤라또인줄 알았는데, 이 집은 사르르 부드럽다.

CGV 강릉.
지난 번 휴가 나왔을 때도 3일 연속 영화관에 가더니,
“영화 보는 거 어때?”
만난 지 24시간이 지나고 나온 첫 제안, 안 될 이유가 없지.
아들이 ‘살목지’라는 등장 인물은 죄 죽는 공포 영화를 제안했지만,
그것 만큼은 내키지가 않아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로 절충.
다행히 아들도 1편을 보았다고. 너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나도 궁금했어, 20년 후의 그들.

또 카페, 차전자.
영화 보고 강릉 중앙시장 구경 갈까 했는데, 대문자 I 아들들은 벌써 지친 모양이다.
중앙시장 3천원 짜리 칼국수랑 메밀전이 궁금하긴 했지만,
강릉에 또 올 이유를 남겨두면 좋지 뭐.
오후 커피는 피하는 편이라 말차를 테마로 하는 카페에 갔다.
“폰 배터리가 없네.”
아들아, 그런 걱정은 말으렴.
차에 가서 충전기는 가져오면 되고,
엄마는 기어코 카페 어딘가에 있는 콘센트를 찾아낼 거란다.

경포대.
저녁을 먹기 전 소화도 시킬 겸 잠깐 걸을만한 곳.
다락이 있는 누각은 처음 본다.
규모도 꽤 크고 장식도 화려하다. 딱 봐도 명당자리.
경포호를 한 바퀴 돌며 걷거나 러닝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솔올 미술관도 그랬듯, 좋은 공간에서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경포 정육식당.
그래도 소고기를 먹이고 들여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마지막 식사는 한우 모둠 구이로.
가격도 괜찮고 고기 퀄리티도 좋았다.
이 집 마늘쫑이 정말 맛있어서 두 번이나 리필.
곧 복귀 할 아들도 잘 먹어주니 뿌듯하다.

마지막 여정, 강문해변.
폭죽 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30분 정도 남은 시간을 보냈다.

마음이 복잡한 와중에도 ‘커피콩빵이 유명하다던데.’
하던 나는 ‘강릉커피빵’을 사버리는 오류가 났다.

저녁 8시가 좀 넘어 군대 간 아들은 부대로 복귀.
군대 갈 아들을 차에 태우고 3시간 거리를 달려 집으로 복귀.

강릉, 또 보자.
우리 아들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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