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식은 많고 휴일은 적은 삶.
숙소 사장님들은 성수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성수기 이후 해외 여행 티켓을 끊어 놓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닥쳐올 고생을 이겨내게 도와줄 달콤한 열매를 예매하는 거다.
그만큼 여름 성수기는 고되다.
여름의 온도는 갈수록 올라가는데 여름 내 객실 에어컨이 쉴 수 있는 시간은 청소 시간 뿐이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면 금세 더운 열기가 쏟아지기 때문에 에어컨을 계속 켜두기 애매하다.
땀이 주르륵 주르륵 떨어져 기껏 청소해 놓은 객실을 다시 더럽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방학과 휴가가 겹쳐 수용 가능한 최대 인원으로 예약이 찬다.
늘어나는 인원 수만큼 해야 할 일도 늘어난다.
또한 그만큼 통장 잔고도 쌓인다.
해외여행 티켓은 멋진 포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스스로에게 열매를 예매해준 적은 없다.
숙소는 주말이 더 바쁘다. 명절, 휴가철은 더 바쁘다.
좋은 점은 출근이 늦고 퇴근이 빠르다.
손님은 오전 11시 퇴실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느긋한 오전을 보낼 수 있다.
손님은 오후 3시부터 입실하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일을 더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나에게 주어진 네 시간 동안 짧고 굵게 일한다.
물론 청소 시간 이외에 일이 없는 건 아니다.
필요 물품을 구매하고 영업과 마켓팅, sns 홍보 등 온라인 업무가 남아있다.
어쨌든 느긋한 오전과 ‘저녁이 있는 삶’은 물론 ‘오후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
핫플 황리단길도 평일 오후 쯤에 둘러보고
첨성대도 대릉원도, 불국사도 경주박물관도 주차 걱정 없이 여유롭게 방문하는 호사도 누린다.
‘9 to 6’에서 해방되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경주는 대표적인 관광도시여서 주말에는 대부분의 숙소가 만실이다.
주중은 사정이 달라서 한 달을 만실로 채우기는 어렵다.
소규모 ‘타지인 출신 숙소 사장 모임’의 일원인데, 우리끼리의 계산법이 있다.
주말은 쉽게 채우지만 한 달에 네 번.
주말에 번 돈은 유지관리비, 온갖 공과금 등 숙소 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지출.
“결국 주중에 버는 돈이 네 돈인 셈이야.”
그래서 각자 숙소의 형태과 규모는 달라도 주중에 객실을 채우기 위해서 고군분투한다.
물론 노력해도 객실이 텅 빈 날이 있다.
그 날은 휴일이 아니다. 오히려 더 지독한 날이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자책하며 객실 숨은 때를 제거하거나
찌푸린 얼굴로 명랑한 릴스를 만든다.
그렇다면 최상의 휴일은?
연박하는 손님이 계실 때.
그야말로 달콤한 유급 휴가다.
독채 한옥 풀빌라를 운영할 때는 연박이나 3박 손님이 있으면 쾌재를 불렀다.
근데 객실 두 개가 되고나니 한 객실이 연박이어도 다른 하나가 아니면 휴일이 아니다.
휴일이 대폭 줄었다.
두 객실이 동시에 연박이 시작되고 끝나는 일은, 운 좋으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일어난다.
개인 시간은 다른 직업에 비해 넉넉하지만,
모든 걸 내려놓고 쉬는 날이 거의 없는 생활을 몇 년 하다 보니
얇은 피로감이 쌓이고 쌓여 어느새 단단해져 있었다.
달콤한 열매의 예매가 나에게도 필요해졌다.
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아직 쌀쌀한 3월 초.
추석도 핑크뮬리 특수도 끝나고 별다른 연휴가 없는 11월.
3월, 11월 비수기에 2, 3일 정도 과감히 객실 예약을 막고 스스로에게 휴가를 주자.
예약을 못 받은 손실 + 놀면서 쓸 돈,
생각하면 영원히 나에게 휴가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