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양미술관, 백남준 & 터너 展

확신의 P, 백남준.
대문자 J,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2025. 12. 17 – 2026. 5. 25
작년부터 가봐야지, 가봐야지. 미루고 미뤄둔 겨울방학 과제처럼.
차로 9분 거리에 산다는 게 오히려 지각의 이유가 되어 버렸다.


Nam June Paik

Humanity in the Circuits

백남준 전시는 ‘좋다’라는 느낌보다 ‘약간의 불편함’을 주는 것 같다.
세심하게 다듬어진 작품이라기 보다 그의 무의식이 그대로 표현되어
‘이렇게 곧바로 쏟아낸다고?’ 이런 느낌.
이제는 클래식이 되어버린 장르의 개척자.

고대기마인상

‘고대기마인상’은 1991년 우양미술관 설립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개관 당시에는 대우그룹에서 세운 아트선재미술관.
대우그룹의 법적 문제로, 2012년 우양산업에서 경주힐튼호텔과 함께 인수해 이듬해 우양미술관으로 재개관 되었다.

전자초고속도로 – 1929 포드

미국산 자동차와 한국 전통 가마를 결합한 대형 설치작.
가마와 포드의 결합이라니, 2026년에 봐도 신박한 아이디어.

백남준 하면 ‘무질서’ 키워드가 빠지지 않는데
내 눈에는 알록달록 색감이 좋고 작가가 직접 그려 넣은 부분들은 귀여운 느낌마저 들어서,
초반에 느꼈던 불편 혹은 불안이 흥미와 매력으로 전환되기도.

올망졸망 귀여운 이모지들, 가장 오래 머물렀던 부분.
알록달록 색감과 대비되는 작품 귀퉁이에 붙여있던 흑백사진.
뭔가 뭉클해지면서도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졌던 모먼트.

기술 – 예술 – 인간
요정도 백남준 키워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기술 < 예술 < 인간
이렇게 다가온 전시였다.


Turner

In Light and Shade

터너 탄생 250주년 기념 전시.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1775~1851), 영국의 대표적 풍경 화가.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풍경 판화 연작인 리베르 스투디오룸 Liber Studiorum.
터너는 당시 회화의 일부로서만 여겨지던 판화를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Drawn, Etched & Engraved by J.M.W. Turner Esqr. R.A.
J.M.W. 터너(왕립아카데미 정회원)가 직접 그리고, 부식시키고, 새김
Published June 1811, by J.M.W. Turner, Queen Ann Street West.
1811년 6월, 퀸 앤 스트리트 웨스트에서 J.M.W. 터너가 발행​

판화 아래쪽 손글씨가 눈에 띠여서 확대해 찍어봤다.
명확하고 정교한 그의 판화 만큼이나 명료한 붙임 글, 대문자 J가 틀림 없는듯.

리베르 스투디오룸 연작 71점 전체를 감상할 수 있다.
1922년 이후 약 100여 년 만에 전체 시리즈가 공개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니치 병원 뒤편에서 바라본 런던 전경, 연필 위 세피아 워시, 펜과 잉크
그리니치 병원 뒤편에서 바라본 런던 전경, 에칭
그리니치 병원 뒤편에서 바라본 런던 전경, 에칭, 메조틴트, 갈생 잉크 인쇄



그리니치 병원 뒤편에서 바라본 런던 전경
세 작품 모두 같은 제목.
첫번째는 연필 위 세피아 워시, 펜과 잉크
두번째는 에칭
세번째는 에칭, 메조틴트, 갈생 잉크 인쇄

터너는 영국과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그린 스케치를 판화로 제작했다고 한다.
스케치도 상당히 세밀한 편인데 판화 작품과 비교해 보면 그가 추구한
선 – 명암 – 여백
모든 것이 정교해지고 명확해진다.
스케치가 그 날의 기억이라면, 판화는 그 날의 명증이라고 할까.

판화도 좋았지만 색채가 들어가니 금세 온기가 느껴진다.
그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실제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오, 역시 유화가 더 좋다.
사전적 정의처럼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판화보다는
맘대로 해석할 여지를 주는 유화가 나에게는 더 편안한 것 같다.


이런 여백의 느낌을 표현하는 작가가
반도체 공정을 하듯 정교하고 세밀한 판화의 과정 정점에 올랐다니.
그의 열정과 피 땀 눈물에 박수를.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