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꽤 많은 봄비가.
촉촉해진 마당 흙을 보니 오늘이 그 날이다,
달래 캐는 날.


한옥 주택에 살지만 마당 관리나 조경에는 1도 관심 없는.
그저 잡초도 꽃도 아무것도 자라지 않길 바라는 마음.
내 집이지만 풀이 자라지 않기를 요구할 권리는 없다.
해 잘 들고 비 잘 오면 무엇이든 쑥쑥 자라는 아담한 앞 마당.
씨를 뿌린 적도 물을 준 적도 없지만 봄마다 달래가 찾아온다.
갓 캐낸 달래의 싱그러운 내음이 담긴 된장찌개를 맛보고 나면 달래만 봐도 군침이 도는.
근데 달래는 바위 틈 사이를 좋아하다 보니
동그란 뿌리까지 깔끔하게 수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욕심에 과감히 바위까지 들췄다가 지렁이와 원치 않는 만남을.
비 온 후라 토실토실 윤기가. 너도 놀랐지? 나도.
호미를 가져다가 뿌리까지 온전히 캐고자 하는 욕망을 표현해본다.
공짜를 얻는 일이 쉽지 않다.
한 번 달래를 캐보면, 달래 비싸다는 말이 쏙 들어간다.


그래도 몇 개는 뿌리까지 온전히 수확하는 성취를.
수확은 인간의 본성인가?
한 뿌리 캘 때마다 도파민 뿜뿜.
마당에 널려있던 화분에 담아보니, 이정도면 충분해.


고이 가지고 들어가 깨끗이 씻어보니 이 뿌듯함이란.
채소를 다듬을 때 이렇게 설레기도 쉽지 않다.
냉장고에 두부가 꼭 있어야 할텐데, 있었나?
아기 고양이에게 내 전리품을 쓱 내밀어 자랑해보지만, 관심이 없다.
‘닌겐, 밥이나 줘라.’ 대충 이런 표정.


내친김에 엉뚱한 곳에 자리를 잡은 작약 새순까지 화분에 옮겨준다.
여름에 활짝 피는 작약 꽃은 신부 드레스 마냥 화려하고 눈부시다.
허리가 임계치에 달하여 오늘은 여기까지.
마당 소꿉놀이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