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경주 日常慶州 Eil in Gyeongju

경주 n년차, 여행같은 경주의 일상을 기록합니다.

위치 선정부터 청소까지, 혼자서 운영하는 숙소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내 자유이자 책임

어디에 집을 살지, 어떻게 리모델링 할지, 숙소 컨셉과 타겟 고객층까지.
매트한 타일이 좋을지, 반짝반짝 동그란 색타일이 좋을지.
일리가 좋을지, 네스프레소가 좋을지.
손님이 남기고 간 스크래치에 연락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자서 운영하는 숙소는 집 전반에 관한 사항, 운영 방침, 마켓팅, 청소까지 모두 내 몫이다.
세상을 혼자 맞서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 나는 만족한다.

첫 숙소는 임대였다.
객실이 4개, 야외 수영장이 있고 바베큐를 하는 평범한 곳이었다.
성수기에 최대 손님을 받으면 모두 서른 명.
서른 명의 손님은 비상하게 나를 알아보시고는
“사장님, 숯 좀 추가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장님, 혹시 식용유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 해보는 수영장 관리에 하루에도 두세 번 입수를 해야 했다.
네 개의 바베큐 숯불을 붙이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비 오는 날도 예외 없다.
사실, 풍경 좋은 야외에서 하는 바베큐는 비 오는 날 더 운치 있다.
두 달 간의 성수기를 끝내고, 
‘풀빌라 한 채만 운영하면 얼마나 좋을까.’ 
결심했다.

두 번째 숙소는 불국사 근처 독채 한옥 풀빌라였다.
마당이 있고 방이 세 개 있는 아담한 한옥을 사서 한 켠에 실내 온수 수영장을 만들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라, 해외에 가지 못한 사람들이 풀빌라 손님이 되었다.
풀빌라는 야외 수영장의 불편함을 개선해 실내에 수영장을 만들고
미온수로 1년 365일 서비스하는 숙소 형태로, 
코로나 시기 경주에 엄청난 속도로 생겨났다.
강남 부동산 스터디에서 풀빌라 강의가 있을 정도라고 했으니,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시기를 잘 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1년 내내 따뜻한 물이 갇혀있는 공간을 관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곰팡이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와 습도.
손님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 또한 곰팡이.
수질, 수온 관리 뿐 아니라 창틀 실리콘, 타일 매지 등 온갖 틈새 곰팡이와의 싸움이다.
실내 수영장의 수질은 전용 약과 물을 계속 순환시켜 정화하는 여과기, 두 가지로 관리된다.
약의 종류와 가격은 다양하다. 노파심에 먹는 물 정화에 쓰는 비싼 약을 선택했다.
여과기 관리도 만만치 않았다. 
24시간 쉼 없이 돌아줘야 하는데 툭 하면 힘 빠진 모터 소리가 났다.
초반에는 근처 숙소 사장님의 도움을, 나중에는 출장비를 마다 않고 전문가에게 사정사정하며 
나의 실내 온수 수영장을 지켜냈다.
두 번의 성수기를 끝내고,
‘수영장 대신 어떤 걸 제공하면 손님이 올까.’ 
골몰했다.

지금의 세 번째 숙소를 결정할 때는 처음보다 조건이 많아졌다.
위치, 경주에서 가장 핫한 황리단길에서 차로 15분 이내.
도로, 자동차 교행이 불가능한 논길이나 좁은 골목길은 제외.
상권, 늦은 밤 모자란 맥주를 사러 가는 손님들을 위해 도보 이용 가능한 편의점.
몇 군데 후보 중에 북군동을 고른 건 물론 적정한 가격이 가장 중요했고,
봄의 보문은 경주에서 손꼽히는 벚꽃 길, 벚꽃 특수도 잡아보자.
독채 풀빌라를 포기하면 객실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대신 객실 두 개로.
수영장 대신 자쿠지, 바베큐장 대신 숲뷰를 준비했다.
자쿠지는 조적 욕조에 직접 물을 받아 사용하기 때문에 수온, 수위 모두 손님의 자유고 
수질은 ‘경주 맑은물 사업본부(수도사업소)’에 맡긴다.
바베큐의 낭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바베큐를 하면 쓰레기 두 배, 청소도 두 배 많아진다.
소나무 숲이 계곡을 사이에 두고 보이는 위치가 마음에 들었다.
숲이 보이는 방향으로 통창을 냈다.  
혼자서 객실 두 개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영장, 바베큐장을 과감히 배제했다.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 어린이 손님, 바베큐 낭만을 아시는 아저씨 손님들이 떠나가는 
안타까운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대신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

한옥 객실은 노란 테마로 잡았다. 
유럽에서 왔다는 영롱한 노란 빛의 고급 타일을 자쿠지 마감재로 선택. 
인터넷 상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노란 가전, 오브제, 집기, 패브릭이 내 장바구니에 담겼다.
두 번의 숙소 경험으로 알게 된 팁은, 거의 대부분의 손님이 싱글 베드를 원한다는 것이다.
가족이든, 부부이든, 친구든. 오래된 부부일수록 추가 침구를 원하신다.
한창 열애 중인 커플 손님 말고는 싱글 베드가 편하다.
함께 온 여행이니 싱글 베드를 나란히 놓아 편안함과 더불어 수다를 놓치지 않았다.
커플 손님들을 위해 더블 베드가 있는 침실도 따로 준비했다.

다른 객실은 한옥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민이 더 깊었다.
신라의 고분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주에 여행 오면 한옥 숙소에서 머물고 싶은 로망이 있다. 
한옥이 아니라면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
객실의 모든 창이 숲을 향해 있어 프라이빗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이 객실의 테마는 레드.
다시 레드 가전, 오브제, 집기, 패브릭이 장바구니에 담겼다.
그 다음 킥은 전용 노래방. 아담한 방에 방음 벽을 두르고 전문 노래방 기기를 설치했다.
‘흥이 많은 손님들, 여기서 먹고 마시고 즐기시는 거 어떠세요?’ 전략.
각 객실에 숨은 방을 만들어 비품과 세탁기, 건조기를 놓았다.
초기 비용이 들긴 해도, 비 오는 날 이불 나르는 것보다 객실 내에서 빨래를 해결하는 게 상책이다.

세 가지 숙소를 거치는데 5년 정도 걸렸다.
부동산 매매와 리모델링 공사 기간 등을 생각하면 부지런히 움직인 것 같다.
이 모든 게 나의 판단이자 책임이라는 부담감에 ‘말이 돼?’ 새벽에 선잠을 자다 소리친 적도 있다.
누구 눈치 보거나 설득의 과정 없이 내가 옳다고, 좋다고 느끼는 방향으로 성큼성큼 갈 수 있는 자유도 만끽했다. 
내가 거쳐온 방식이 숙소의 정답은 아닐 것이다.
나에게 맞는 나의 방식일 뿐.
나에게 맞는 숙소를 알아간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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